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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드러내기 효과 덧글 0 | 조회 895 | 2015-03-09 12:20:25
조영미  

치아드러내기 효과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의 순망치한은 서로 밀접하게 의존적인 관계를 이를 때 주로 사용하는 사자성어이다. 많은 경우에 적합하지만 그러나 이를 입술이 덥지 않고 있을 때가 더 좋을 경우도 있다.독일의 심리학자 프리츠 스트랙(F. Strack)은 학생들에게 연필을 입술로 물거나 이로 물고 글을 쓰도록 했다(사진 1 참조). 학생들은 둘 중에 어느 방법이 더 우수한 필기방법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실험이라고 알고 참가했다. 물론 실험의 진짜 목표는 필기방법의 평가가 아니었다. 사진에서 나타난 것처럼 필기도구를 입술로 물때와 치아로 물때는 상이한 안면근육이 사용된다. 즉 표정이 달라진다. 실제로 스트랙의 연구는 어떤 표정근육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마음의 상태가 달라질 것이라는 가설(facial feedback hypothesis)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었다(Strack, Martin, & Stepper, 1988).

<사진1> 연필을 입술로 물거나 이로 무는 두 경우에 상이한 안면근육이 사용된다.

인위적인 표정이 마음상태에 미치는 효과를 밝혀내기 위해 스트랙은 실험참가자들이 입술과 이로 연필을 물고 있는 상태에서 만화책을 읽게 한 후에, 그 만화책의 재미 정도를 평가하도록 했다. 흥미롭게도 이로 문 집단이 입술로 문 집단보다 더 재미있다는 평가를 했다. 진짜 재미있어서 웃은 것이 아니라 웃음 표정과 관련된 근육만을 사용했는데도 불구하고 후속 정보처리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사람들은 표정을 지을 때 표정근육을 사용한다. 얼굴근육을 감정과 관련지어 단순화하면 크게 긍정 표정 근육과 부정 표정 근육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 각 표정근육은 뇌의 해당 중추와 연결되어 있다. 웃음근육은 일차적으로 대뇌의 웃음 운동 중추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뇌 웃음 운동중추의 활성화가 웃음 근육을 움직이게 하기도 하고 이와는 역방향으로 웃음 근육이 먼저 사용되고 그 결과로 뇌의 웃음 운동 중추가 활성화되기도 한다.

가짜 웃음? 진짜 웃음?

 

정서심리학자 폴 에크만(Paul Ekman)은 사람이 얼굴에 있는 42개의 근육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모두 19가지의 웃음 혹은 미소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 중에 한 가지 만이 진짜 즐거워서 웃는 것이고 18가지는 가짜로 웃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광대뼈와 입술가장자리를 연결하는 협골근, 입술가장자리 근육인 구륜근이 웃을 때 주로 사용되지만, 진짜 웃음이 되려면 기타 근육들과 더불어 반드시 눈 가장자리 근육인 안륜근이 사용되어야만 한다. 안륜근은 의도적으로 움직이기가 매우 어려운 근육이다. 에크만은 이것을 처음 밝혀낸 19세기 프랑스의 신경심리학자인 기욤 뒤센(Guillaume Duchenne)을 기리기 위해 진짜 기쁨이나 행복에 겨운 웃음이나 미소를 뒤센 미소라고 명명했다(Duchenne smile).

다음 사진 중에서 어떤 사진이 뒤센 웃음인지 알 수 있는가?(그림 2 참조) 2011년 캔사스 대학의 타라 크래프트(T. Kraft)는 이로 필기구를 물어 웃음근육을 사용하게 만든 상황에서도 사용 표정근육의 종류에 따라 그 효과가 상이하게 나타남을 보고했다. 사진 2의 세 번째 사진에서처럼 안륜근까지 사용된 뒤센 미소일 때가 그냥 웃음이나 무표정과 비교해서 긍정 정서의 효과가 가장 강력하게 나타났다.

<사진2> 다음 사진 중에서 어떤 사진이 뒤센 웃음인지 알 수 있는가?

유사한 연구들에 따르면 웃음근육의 사용은 재미 차원뿐만 아니라 기억, 언어, 이해 차원 등에서도 효과를 보였다. 치아를 보이게 표정근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학습 증진 효과가 있었고 안륜근까지 함께 사용하게 한 경우에는 최고의 증진 효과를 보였다. 안면근육을 의도적으로 조정하여 부정적 정서를 야기한 연구에서는 학습 저하 효과가 나타났다. 이런 학습관련 효과는 정서적인 단어가 비정서적인 단어에 비해 학습이 더 잘되고, 행복하고 즐거운 정서에서 공부할 때가 슬픈 정서에서 공부할 때보다 학습효과가 뛰어나다는 ‘정서 의존적 학습’의 연구 결과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웃음 근육을 사용하는 것이 왜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일까. 1998년 신경생물학자인 쟈크 팬크세프(J. Panksepp)는 뇌의 웃음 운동중추와 측좌핵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고했다. 측좌핵은 동기부여와 보상의 느낌을 결정하는 부위 중 하나로 다양한 중독의 중추로 알려져 있다. 2007년 심리학자인 애런 헬러(A. Heller)와 데이비드 리차드슨(D. Richardson)은 뇌의 웃음 중추와 복측선조체가 뇌의 보상회로를 구성하고 있음을 보고했다. 측좌핵은 복측선조체내에 위치한다. 복측선조체는 칭찬, 보상등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다. 결국, 웃음 근육을 사용한다는 것은 칭찬, 보상을 받는 것과 유사한 대뇌 상황을 만든다. 그러하니 기분이 좋고 학습효율성이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지구라는 행성에는 무리 짓기 좋아하는 영장류에 속하는 동물이 있다. 이들은 떼를 지어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가 거의 기절할 때까지 함께 헐떡인다. 함께 모이지 못하면 상자를 바라보며 가상의 무리를 짓고 똑같은 내용을 보면서 다 함께 이상한 소리를 낸다.”

만약 외계인들이 지구인이 함께 보여 웃는 모습이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웃는 모습을 보면 이렇게 묘사할 것이라고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은 재미있게 표현했다.

엄마의 슬픔은 아이에게 빨리 전파된다

 

엄마의 기쁨이 아이를 웃게 하는 것보다 엄마의 슬픔과 분노가 아이를 울게 하는 게 훨씬 쉽다. <출처: corbis>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전염되는 것들이 있다. 감기 등의 신체적 전염도 있지만 마음의 전염도 있다. 그렇다 마음도 전염한다(전염이란 단어의 부정성 때문에 마음은 전파로 바꾸어 쓴다). 마음의 어떤 측면이 전파될까. 마음을 크게 지정의(知情意)로 나누어 본다면 지(知)는 전파되지 않는다. 똑똑한 사람의 머리에 내 머리를 대고 있다고 해서 나도 똑똑해지지는 않는다. 정(情)의 영역, 감정과 정서가 전파되고, 의(意)의 영역도 전파된다.

그렇다면 감정 중에서 가장 쉽게 전파가 되는 감정은 무엇일까. 간단하게 상상해보자. 중립적인 감정 상태에 놓인 열 명의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 한 사람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들어가 열사람을 본인의 감정과 유사하게 만들 수 있는 감정은 무엇일까?

즐겁고 유쾌한 한 사람이 열 사람을 즐겁고 유쾌하게 만들기
슬프고 우울한 한 사람이 열 사람을 슬프고 우울하게 만들기
분하고 화나는 한 사람이 열 사람을 분하고 화나게 만들기


 

긍정적 감정보다는 부정적 감정이 더 전염성이 높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누군가를 웃게 하는 것보다는 울게 하거나 폭발하게 하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이다. 엄마의 기쁨이 아이를 웃게 하는 것보다 엄마의 슬픔과 분노가 아이를 울게 하거나 떼쟁이로 부르게 하기가 훨씬 용이하다. 이런 특성은 자기 자신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기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슬퍼지고 위축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가능하다. 도처에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널려있기도 하지만 우리 자신이 그런 감정 상태에 더 쉽게 도달하는 인간종이라는 경향성도 한 몫 한다.

긍정적 감정의 표현 행동인 웃음은 슬픔이나 분노보다는 그 전파력이 떨어지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은 전염력을 지니고 있다. 칼 세이건이 표현했듯이 지구인 공통 특성중의 하나이다. 부정적 감정의 반대가 긍정적 감정은 아니다. 하지만 긍정적 감정의 활성화는 부정적 환경을 통제하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우리가 웃음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언제 웃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많이 웃는가? 웃음연구의 대가인 메릴랜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 로버트 프로바인은(R. Provine, 2000) 사람들이 언제 많이 웃는지를 관찰했다. 사람들은 홀로 있을 때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상호작용을 할 때 30배나 더 많이 웃었다. 혼자 있을 때는 웃기보다는 독백을 주로 했다, 재미 유발 상황에서도!

우리는 언제 많이 웃게 될까? 연구결과에 따르면 반드시 유머나 재미 때문에 웃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출처: gettyimages>

대화 도중에도 농담이나 유머 등 재미있는 언어적 내용에 반응해 많이 웃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농담을 듣고 웃었지만 그 것이 웃음의 전부는 아니었다. 사람들이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서 웃을 때 실제 웃긴 대목은 15%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 상황은 전혀 웃기는 내용이나 말이 아닌데도 웃었다.

대화를 할 때도 말하는 사람이 웃는 비율과 듣는 사람이 웃는 비율을 조사해 봤더니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보다 46% 더 많이 웃었다. 웃음이 유머에 대한 반응이라면 화자보다는 청자가 더 많이 웃어야 한다. 이런 관찰결과에 토대해, 프로바인은 웃음은 유머 등의 재미 거리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가치보다는 사회적 유대를 공고히 하기 위한 본능 행동으로서의 가치가 더 중요한 진화의 산물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친한 사람이 많을수록 생존에 유리하다. 그래서 서로 친해지기 위해 모이면 그냥 웃는 것이다. 많이 웃기 위해 웃음은 대뇌의 보상중추를 활성화시킨다. 보상중추가 활성화되면 즐거워지기 때문에 또 웃는다. 유머는 이 과정을 촉진시키기 위해 발현된 산물일 것이다.

엄마, 웃어주세요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그냥 따라 웃게 된다는 연구결과는 아이가 맨 처음 상호작용하는 타자인 엄마에게 웃을 것을 요구한다. <출처: gettyimages>

신생아에게 설탕물을 주었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과 누군가가 웃어서 따라 웃을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동일하다(D. Richardson). 웃음의 보상가치가 어릴 때부터 뇌에 프로그램 되어 있고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그냥 따라 웃게 된다는 연구결과는 아이가 맨 처음 상호작용하는 타자인 엄마에게 웃을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2008년 도쿄대학의 노리우치 박사팀이 발표한 뇌 연구 자료에 따르면 엄마가 웃는 것이 마냥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생후 16개월된 아기의 엄마에게 자신의 아기가 웃고 우는 영상과 남의 아이가 웃고 우는 영상을 보여주었더니 자신의 아이가 우는 영상에 가장 커다란 반응을 보였다. 엄마는 자기 아이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울음에 더 크게 반응하는 것이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가만히 있거나 웃을 때보다 아이가 울 때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과 동일한 현상이다.

웃음은 단순하게 그냥 웃음이 아니다. 사회적 유대 관계를 공고하게 하며, 인지적 정보처리를 효과적으로 하게하며, 누군가를 웃게 만들어 공동체에 기여하게 하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인간행동이다.

‘우리가 가장 헛되이 보낸 날들은 웃지 않았던 날들이다’ 라는 서양격언이 있다. ‘부모로서 내가 가장 낭비한 시간들은 아이를 보고 웃음 근육을 사용하지 않았던 시간들이다’ 라고 바꾸어보면 어떨까.

김미라
서강대학교 평생교육원 심리학과 주임교수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억 및 학습법, 공부법 등에 관해 연구하고 있으며 교육방송(EBS) ‘60분 부모’에 출연하여 효과적인 공부법에 대해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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