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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덧글 0 | 조회 606 | 2015-05-11 11:24:14
조영미  

만일 어떤 사람이 바늘에 찔리는 광경을 본다면, 우리들은 마치 내 자신이 바늘에 찔리는 것처럼 느끼도록 거울뉴런이 활성화된다. 이처럼 거울뉴런은 상대방에 대한 단순한 모방행동뿐만 아니라 그 아픔을 함께 느끼도록 하는 감정이입을 통한 공감을 자극하기도 한다. 유행이라는 모방행위를 탈피하고 정서를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가는 추세다.

모방을 넘어 공감하는 인간

어떤 사람이 넘어지거나 바늘에 찔리는 광경을 본다면, 마치 내 자신이 그런 것처럼 느끼도록 통각신경이 활성화되는데 바로 거울뉴런 때문이라고 한다. <출처: gettyimages>

거울뉴런의 역할에 대해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Vilayanur Ramachandran) 박사는 다음 두 가지로 정의를 내렸다. 첫째, 가장 명확한 것으로 거울뉴런은 타인의 의도를 간파하게하며, 이로써 오랑우탄이나 침팬지 등 고등 유인원과 달리 우리 인간들은 ‘마음이론’을 갖게 되었다. 둘째, 거울뉴런은 다른 사람을 시각적으로 유리한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 외에도 ‘개념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서도록 전환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종종 “당신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겠다.”와 같은 의미를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상대방의 행동을 모방하는 재주라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 인간 못지않게 유인원 중 오랑우탄 또한 모방이 가능하다. 그들 역시 자물쇠를 열줄 알고 노를 저을 줄도 안다. 다른 누군가가 그렇게 하는 것을 본 뒤 따라 함으로써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생존의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거울뉴런이 뇌 속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오랑우탄과 다르다. 우리 인간은 거울뉴런을 통해 단순 모방차원이 아닌 또 다른 능력을 습득할 줄 알기 때문이다. 바로 공감이라는 감정을 느낀다는 점이다.

심리학자인 폰 바렌(von Barren) 연구팀은 우리들이 의도적으로 상대방과 소통하고 있을 때, 무의식적이고 무심결에 소통하도록 만드는 거울뉴런의 또 다른 형태의 공감능력을 보여주었다. 레스토랑 안에서 웨이트리스가 손님들의 주문사항을 손님들에게 그대로 흉내 내어 말을 하거나, 손님이 한 말과 같은 말을 반복함으로써 그들의 주문을 확인시켜 주며 ‘네’라고 대답했다. 그 후 고객들이 준 팁을 계산하자, 웨이트리스가 고객의 주문을 반복해서 말할 때마다 팁의 액수는 올라갔다. 손님들은 웨이트리스가 자신들의 주문이나 말을 따라할 때 평균적으로 140퍼센트의 팁을 주었다. 자신들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말을 들은 손님들은 비록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자신들이 더 좋은 서비스를 받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손님과 웨이트리스 간에는 의식적인 소통이 아닌 무의식적인 공감이 이루어졌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자신이 동감하는 말을 들을 때 잘 호응하고 그 반응 역시 신속하지만, 반대로 자신이 동의할 수 없는 말을 들을 때 그 반응은 상대적으로 느리다.

공감의 힘, 군중심리에서 감성마케팅까지

로베르토 카베자(Roberto Cabeza) 교수에 따르면, 우리는 미소 짓는 사람들에게 끌릴 뿐 아니라 그들의 이름을 보다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장차 낯선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경우를 대비하여 자신에게 더 친절한 사람을 기억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또 가장 성과가 좋은 리더는 성과가 중간 정도인 집단의 리더보다 부하들을 평균적으로 3배 정도 더 자주 웃게 만든다고 한다. 잘 웃고 분위기를 즐겁게 만드는 리더 밑의 직원들은 그들의 거울뉴런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웃고 즐겁게 일을 하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파비오 살라(Pavio Sala)는 말한다. 또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이었던 허브 캘러허(Herb Kelleher)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상대방과 깊은 교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하며 자주 웃고 성과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거울뉴런의 공감능력을 적절히 자극할 경우 사회적 상호성을 높여 주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바로 자폐증의 사례다. 자폐환자의 경우, 타인의 행동을 관찰할 때 거울뉴런의 활동이 매우 적기 때문에 감정이입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군중심리의 가장 큰 특징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공감의 형성이다. <출처: gettyimages>

거울뉴런은 사람들의 감정과 태도를 주변사람들에게 전염시키기도 한다. 즉 정상적인 일반인이라면 다른 사람과 얼마든지 공감을 나누며, 비록 원하지 않더라고 쉽게 이 공감을 지울 수는 없다. 이러한 공감현상을 감정의 공명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는 눈치채지 못할 사이에 순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다분히 이성으로 조종하기 어렵다. 이러한 공명현상의 가장 극단적인 예가 바로 군중심리인데, 이 군중심리의 가장 큰 특징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공감의 형성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군중은 마치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자기 동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참가자의 5퍼센트만이 특정한 목표를 좇으며 나머지 95퍼센트는 자동적으로 이들을 따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대규모 콘서트장이나 축구경기장에서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출구로 몰리는 바람에 사상자가 속출하는 소동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현장에 모인 군중들은 자기도 모르게 옆 사람이 하니까 따라 하는 셈이다.

거울뉴런의 이러한 공감능력은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더 민감하기 때문에 드라마나 멜로영화 속 주인공의 눈물에 쉽게 감정이입 되곤 한다. 최근 개봉되어 인기를 끈 영화 ‘건축학개론’이나 ‘써니’를 보면서 자신이 바로 풋풋한 여대생이나 발랄한 여고생인 것처럼 느끼며 향수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특히 여성들의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입이나 공감능력은 구매과정에서 잘 나타난다. 감성마케팅이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감능력은 설득커뮤니케이션의 핵심

거울뉴런은 정치연설, 학술강연회나 제품설명회처럼 많은 청중들을 대상으로 연설할 때 매우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강연자가 자신의 겉옷 상의 단추를 풀어주는 단순한 행위는 청중들로 하여금 편안한 반응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안경을 고쳐 쓴다거나 강단을 좌우로 걸어 다니거나 하는 행동들은 육체적으로는 물론 심리적으로 관객들에게 편안함을 느끼도록 해준다. 이러한 심리적인 편안함을 통해 청중과의 감정이입은 가능하게 된다. 또한 강연 도중에 청중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행위를 할 경우, 청중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동조하게 하는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물론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된다. 이런 행동들은 실제 제품판매 현장에서도 유용하게 적용된다. 소비자들에게 열심히 제품을 설명하는 매장 직원이라면 일방적으로 제품설명을 죽 나열하기 보다는 소비자들의 눈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행위를 할 때, 소비자들 역시 공감하게 되어 쉽게 설득 당할 수 있게 된다.

강연 도중에 청중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행위를 할 경우, 청중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동조하게 하는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출처: gettyimages>

거울뉴런의 공감효과는 의외의 경우에도 발휘된다. 미국의 유명한 미식축구선수 O.J. 심슨은 전처와 정부 살해사건을 다룬 재판에서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증거물로 제시된 장갑이 심슨의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가 장갑을 손에 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배심원들은 마치 자신이 그 장갑을 힘겹게 끼려고 애쓰는 것처럼 느꼈다. 이 때 심슨의 변호사인 조니 코크런은 한 마디 말로써 배심원들에게 감정적으로 극적인 심정변화를 일으켰다. “장갑이 손에 맞지 않는다면 당신은 무죄입니다.” 거울뉴런이 만들어낸 배심원단의 이러한 신체적 공감은 심슨의 무죄를 확신하는데 매우 중대한 역할을 했다.

반면 사진처럼 생명력 없는 사물은 거울뉴런을 흥분시키지 못하는데, 그것은 거울뉴런이 흉내 낼 수 있는 행동이 없기 때문이다. 거울뉴런이 우리를 행동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따라 할 수 있는 행위가 필요하다. 이러한 사실은 기업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유형이나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수단을 선택하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단순 팝업창 보다는 동영상이 효과적이며, 보고서 작성은 파워포인트보다 동영상을 활용한 브리핑이 낫다. 파워포인트는 사실상 거의 모든 감정 및 신경 전달물질을 차단하고 발표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이 인기인 이유

공감능력은 단순히 모방소비에 그치지 않고 소비활동에도 깊숙이 작용되며, 사람들은 모방보다는 공감이라는 감성에 더 충실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톱 모델들인 나오미 캠벨, 클라우디아 쉬퍼, 크리스티 털링턴 그리고 엘르 맥퍼슨 등은 뉴욕과 런던에 본점을 둔 새로운 감각적인 레스토랑인 ‘패션 카페’를 오픈했지만, 한결같이 실패하고 말았다. 그 실패한 이유는 레스토랑 주인인 유명 모델들이 모두 몸이 말랐기 때문에 손님들은 그 레스토랑에서 식욕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비록 배가 고파도 많이 먹지 않았다. 이는 유명한 모델들의 메마른 시각적 정보와 레스토랑 음식에 대한 미각적 정보라는 서로 다른 감각요소 간의 연합으로 새롭고 더 강력한 ‘공감각’이라는 자극이 소비자들의 감성을 부정적으로 자극했던 것이다.

레스토랑 주인인 유명 모델들이 모두 몸이 말랐기 때문에 손님들은 그 레스토랑에서 식욕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출처: gettyimages>

거울뉴런은 일방적이고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모방행위보다는 쌍방향적이고 능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체험행위에 더 열광하게 만든다. 이러한 체험행위는 확정된 의도보다는 모방자 자신의 의도를 적극적으로 반영시키기 때문에 쉽게 공감이 형성될 수 있다. 국내 대표적 장수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이나 갈수록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는 슈퍼스타K는 시청자를 단순한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요소야말로 시청자가 직접 무대에 섰다는 가상의 공감대를 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맛집 코너, 최신 유행패션 혹은 명품브랜드를 소개하는 각종 추천프로그램이 인기인 연유도 모방보다는 쌍방간 공감을 주기 때문이다. 단순히 정보만을 제공하기보다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 비슷한 얘기를 전달함으로써 보는 사람을 주인공인 것처럼 만든다. TV 속 개그프로그램 역시 일방적인 스탠딩 개그보다는 방청객과 주고받는 반응을 직접적으로 이끌어 내는 개그소재일 때 더 흥미를 자아내기 마련이다. 연예인 혹은 일반방청객을 무대 위로 걸어 나오게 함으로써 더 이상 개그맨들만의 얘기가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참고문헌
  • van Barren, Rick B., Rob W. Halland, Bregje Steenaert, and
  • Ad van Knippenberg(2003), "Mimicry for Money: Behavioral Consequences of Imitation,"
  •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vol.39, pp.393-98.
  • 뇌의 거짓말, 마이클 캐플런, 엘런 캐플런 공저, 이지선 옮김, 이상, 2010년.
범상규
건국대학교 교수
건국대학교에서 통계학과 경영학을 전공하여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 경영학과와 응용통계학과에서 마케팅, 소비자행동, 통계조사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 관한 심리코드를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개척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방송, 외부강연 및 칼럼, 저서 출간 등의 활동을 하며 블로그(blog.naver.com/skbeom)를 운영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 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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